아름다운동행

아버지를 평안한 소풍길로 배웅하고 왔습니다..(진단 후 55일, 호스피스 37일의 기록)

아
아빠나야l폐보
2026.04.02 18:15 | 조회 1.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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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심스레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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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진단을 받고 55일,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버지를 모신 지 37일 만에..

일요일 아버지를 평안한 소풍길로 배웅해 드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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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몰아친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정신없이 장례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회사 책상에 앉아 있으니, 기계처럼 일만 할 뿐 뇌가 아직은 시간을 좀 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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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잘 보내드렸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대중없이 문득문득 차오르는 그리움에 참았던 울음을 왈칵 토해내기도 합니다.

어제는 딸아이가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괜찮아 울어 엄마" 라고 하는데,

엄마가 약해져 있는 사이 아이의 속은 어느새 이렇게 깊어진 것인지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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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아버지는 아니셨어요. 완강하고 표현도 서투시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서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던 유일한 내 편, 나의 방패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직은 참 서글프고 마음이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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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며 주변 분들의 소중함을 새삼 깊이 느꼈습니다.

같이 아파하며 곁을 지켜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아 그럼에도 살아가나보다 싶고..

큰 힘이 되었어요.. 그 귀한 마음들 덕분에 지금도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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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이었던 3월 24일.. 혈압이 떨어져서 임종방으로 옮겼는데 다시 회복하셔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다시 돌아오셨거든요.

아마 두 딸들이 눈에 밟혀 온 힘을 다해 견디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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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워하셨지만, 3월 27일 금요일 자정 다시 임종방으로 모신 이후부터는 평온한 표정으로 계시다 두 딸과 반나절 함께 체온을 나누고 많은 이야기 나누며(아버지는 듣기만 하셨지만요..) 천천히 소풍길로 떠나셨습니다.

꽃 피는 봄날.. 딸들 춥지 말라고 좋은 날 골라 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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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도 늘 그랬듯 저희를 지켜보고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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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새도 없이 이어진 일정이 지나가니 이제야 몸도 마음도 쉬자고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작은 말과 행동에도 흔들리고 상처받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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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여준 사랑, 그리고 입원 기간 중 함께 나눈 소중한 기억들만 가슴에 깊이 새기고, 이제는 슬픔보다 감사함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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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음으로 함께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동행 가족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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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평안한 봄날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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