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늘 감사하면서 살자 누굴 원망도 음해도 안하고 감사하면서 살자고 습관처럼 중얼거리면서 지내는데 왜 이럴까요?

사
사 계 절 l 대보
2026.10.08 20:43 | 조회 1.2k

26년 8월 10일부터 제 시간은 마치 거친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90이 넘은 시부모님께서 3월 14일 큰아들 집 근처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셨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거동이 어려워져 요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70년 가까이 곁을 지켜오던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으신 아버님도 많이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8월 21일, 세브란스병원에 남편을 입원시키고 집에 잠시 들러 짐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캐리어에 짐을 넣고 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는 알리면 안 된다.'

병원으로 가야 할 제 발걸음을 충주로 돌렸습니다.

남편에게는 회사에 일이 생겼다고 거짓말을 하고, 1차 항암이 끝나면 가겠다고 했습니다.

충주로 내려가는 몇 시간 동안 저는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아버님, 남편 병도 가지고 가세요.'

'제발 가지고 가세요.'

'아버님, 막내아들 살려주세요.'

가는 내내 그 생각만 하면서 갔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도 남편에게 소식이 전해지지 않도록 가족들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남편이 아픈 사실을 모르던 사촌이 다음 날 장례식장에 왔고, 아무것도 모른 채 사촌 조카가 전날 남편에게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른 채 내려가는 동안, 또 장례식장에 머무는 동안 사람들에게 남편의 부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밤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미 저와 비슷한 시간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남편의 숨죽인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저는 아버님의 입관도 보지 못한 채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아버님 편하게 가셨어."

그 말을 듣고 있는 남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제 머릿속은 온통 무채색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까지 왔습니다.

자식으로서 아버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한 남편의 마음이 어떨지 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남편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라 그저 편히 가셨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제.어제 외래를 다녀온 남편이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그렇게 기뻤습니다.

많이 먹지는 못하더라도 먹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먹고 싶다는 것들을 사다 주고, 조금이라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늘도 입원 대기 중인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안심을 사다가 수육도 해놓았습니다.

해장국까지 준비해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

남편은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아버님의 49재입니다.

발인 때 참석하지 못했던 남편을 입원시키고 아버님의 49제에는 함께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저와 남편은 부모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이번에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모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 위해

그 말을 듣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복잡합니다.

아버님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님까지 보내드려야 하는데, 남편은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웅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정상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남편에게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픈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이렇게 한가하게 넋두리하고 있는 것도….

모두 제가 너무 지쳐서 그런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남편의 암 진단도, 항암도, 아버님의 죽음도, 그리고 이제 어머님의 죽음까지….

저는 그저 남편을 살리고 싶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괜찮은 걸까요?"

왜 이리 제인생이 사연이 많아 졌을까요

내일 4회차 항암을 앞두고 남편 앞에서는 꾸욱참다가 저녁 식사후 잠든 남편을 두고 이제야 눈물이 나옵니다

이곳에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감정팔이나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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