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사과깎기

대
대본l백살공주
2026.01.28 23:06 | 조회 768

지난 글에서 한없는 우울에 빠졌었던 백살공주입니다.

그때 퇴원하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날부터 빨빨빨~ 종종종~ 바빠바빠씨~ 하며 일상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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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항암하러 입원하면서 또 잠깐 우울했지만 그래도 아바스틴 폴피리18차(폴폭스까지 하면 총 30번째) 항암도 잘 끝내고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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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치료 시작후 3번째 찍은 씨티 결과도 좋습니다.

제가 봐도 재발당시인 작년 4월보다 확연히 줄어든게 보이더라구요.

그럼에도 워낙에 다발성으로 여기저기 퍼져있어서 갈길은 멉니다.

암이라는 녀석이 언제 내성이 올지, 언제 확 퍼질지 모르는 무서운 녀석이라 긴장을 늦출 순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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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목이 사과깎기죠?ㅋ

다들 사과 언제부터 깎으셨나요?

누가 알려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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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가 알려준거 같진 않은데 언제부터 사과를 깎을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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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8살이 된 첫아이 유치원 다닐때 몬테소리 교육하는 기관에서 감자칼로 사과깎기를 했었어요.

위험한 도구를 조절해서 사용하며 두뇌가 발달된다나 어쩐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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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설이 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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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딸들에게 조금씩 간단한 조리법을 알려줘야겠다 하고 있었어요.

계란깨는 법, 계란후라이 하는법, 스크램블 해먹는법을 알려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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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큰 딸은 시큰둥 하고, 중학생인 둘째딸이 저 병원 간 동안 아침으로 스크램블을 해먹더라구요. 기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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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입원중에 아침에 전화 온 둘째가 그러네요.

"사과 먹고싶다~"

아빠는 직업의 특성상 일찍 못일어 납니다 .ㅋ

사과가 먹고 싶지만 깎을 수 없어서 바나나로 만족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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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하고 와서 두 딸을 앉혀놓고 사과 깎는법을 알려줬어요.

일단 4등분을 내고 이렇게 깎아라... 하며 한조각씩 깎아보자고 했죠.

칼... 무섭죠.

둘째는 어설프게 한조각 깎고는 자기가 깍은 사과를 맛있게 먹었고,

첫째는 자기가 이걸 왜 해야하냐며(울집 최고 개인주의. 지랄맞은 성격은 절 닮아서... 말도 못하고 ㅋ) 계속 투덜거리며 억지로 억지로 칼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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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을 때 사과 먹고 싶은데 못깎아서 못먹으면 어떡해!! 지금부터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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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첫째는 겨우 한조각 어설프게 깎고는 방문 닫고 들어가버리네요.

순간 서글프고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꾹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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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도 모르게 "엄마 없을때" 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2주마다 3박4일 자리를 비우는 엄마라 "엄마 없을때" 라는 표현이 맞지만.... 저도 저조차도 모를 앞날을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맘이 들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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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사과를 깎는 제 옆에 첫째가 다가와 "내가 한번 해볼께" 하고는 또 어설프게 겁나게 두꺼운 껍질을 벗기듯이 한조각 깍더니 웃으며 자기 입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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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직 제딸들 사과도 제대로 못깎아요.

오늘 고등어 조림도 생선 뼈를 못 발라서 제가 다 발라줬어요.

다 큰거 같지만 제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 한 30년후에 데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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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언제나 급하게~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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