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동행에는 글을 쓰는 "자격"이 있어요.

이
이기자후후l대본
2025.02.17 13:49 | 조회 3.5k

이곳 동행은 아주 특별하고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커뮤니티입니다.

아무나 가입할수도 없어요.

암을 만나야 가입할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신념이 온세계를 지배하는 21세기에

열이 받아도 악플도 못달고 소신이 있어도 정치싸움도 못하는

그 어떤 먼지 한톨이라도 투입될까

유료 광고조차 차단하는 자유자본주의의 외각지대.

오직 환우들의 환우들에 의한 환우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

해서 이곳은 내 생각을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곳입니다.

​

몇 개 예시로 이해를 도울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내 나이 이제 겨우 오십"

"우리 엄마 나이 이제 겨우 예순"

이런 단어 쓰지 마세요.

이곳에 입에 올리기도 싫은 이름들

소아암부터 10대 20대들이 투병을 하고 있고

이들을 붙잡고 1년만 10년만을 외치며 울부짖는

그들의 가족들이 있어요.

​

"검사 결과 기다리는데 만약 3기나 4기면 어쩌죠"

이런 말 일기장에 쓰세요.

본인의 두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여기 수많은 3기와 4기 환우들이 희망을 무기로

치병하고 있어요.

마치 3기나 4기가 되면 인생끝난다는 식의 패러다임 심지마시고

본인은 꼭 피해가고 싶다는 이기심도 굳이 들킬 필요없을 것 같아요.

​

"경부암 4기로 5년이상 사는 경우 있을까요?"

묻지 말고 검색하세요.

이 질문에는 경부암 4기로 5년이상 살기 힘들죠라는

불안감이 묻어나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렵게 해요.

​

맞아요, 처음 진단받고 안절부절 어렵고

도움 청하고 싶고 어디에 털어높고 싶고

그래서 동행이 존재하는 것 맞아요.

​

그런데 유감스럽게 여기 멀쩡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다들 어렵고 아프도 불안하고 힘들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생각만 토해내는 것은

정말 이 소중한 커뮤너티에 어마어마한 빚을 지는 행위예요.

​

그래서 제가 빚을 갚아가면서 글을 적는 법을

예시로 다시 적어보아요.

​

"이곳에 젊은 환우분들도 많은데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줄 알지만

나이 오십에 암에 걸리고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남겨진 가족들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 글을 남겨봅니다"

​

"검사 결과 기다리면서 만약 암이라도

이겨낼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곳에 많은 분들이 기수와 상관없이 열심히 이겨내시는 모습을 보는데도

제가 진단 시점이라 마음이 불안해서 무례하게도 이런 속내를 보이게 됩니다"

​

결론은 이래요.

자기말을 하고 싶으면

이 곳에 있는 환우들을 먼저 살펴보고 그들의 아픔과 처지를 먼저 짚어보고

그리하여 그들에게 공감과 연민 혹은 지지하는 내용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할수 있는 "자격"을 갖춘후에

자기 말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

제가 너무 화가 나는건

최소한 이곳에서 다른 사람의 아픈 글을

단 한번도 읽어보지도 않은것 같아서,

남들이야 어떠하건

내 정보만 얻고 내 상황만 말하고 싶은 것 같아서,

이 자격없음이

이 아름다운 동행에서

이 아픈이들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아서

정말 몇일을 참다가 이렇게 노여움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

아름다운 동행,

내가 하고싶은 말을

내 생각대로 해도 되는 자유따위 없는 곳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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