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내일 퇴원합니다.

난
난이l직보
2025.01.24 20:28 | 조회 968

작년 12월 20일

동네 병원에서 직장암 진단 받은 후

수술까지 한달여 시간이 빠르게 흘렀네요..

​

1월 2일

서울대병원 박규주 교수님께 첫진료 받고

당일 복부CT, 피검사 했습니다.

​

1월 8일

결과 보러 가면서, 병원 도착해서도

동생이랑 담당 선생님에 대해 얘기하며

다른 말 하지말고 질문도 하지말고

우리는 '살려 달라고만 하자' 했었어요.

​

진료예약 시간보다 1시간 넘게 더 기다려서야

선생님을 뵐 수 있었어요.

검사 결과를 보시곤

촉진 하시면서 약한 강도로 동생 배를 때리시며

'수술하고 방사선이나 항암하면 되겠다' 하셨어요.

동생 배 때리걸 보며 어, 뭐지?? 란 생각으로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요..

'살려 달라'고 속으로 연습했던 말대신

제가 '몇 기나 됐나요?' 로 질문을 해버렸어요;;;

호되게 야단듣고 1회차 쫒겨 났죠.

아... 이 방정맞은 주댕이...ㅠㅠ

​

한참 뒤 보호자만 들어오라는 말씀에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어요.

뭔가 말씀을 해주시려나 보다 했어요.

환자와의 관계 물어보시곤

혼잣말처럼 읇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모니터와 서있는 절 번갈아 보며

화난 표정으로 '몇 기면 니가 어떻게 할건데, 니가 할 수 있는게 뭔데! , '나가!' 로 2회차 쫒아 내셨어요.

​

1회차 쫒겨 났을 때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저와 동생을

보는데.. 그때는 당당했어요. 잘못한게 없잖아요..

(잘못했나요? ㅎ)

​

2회차 쫒겨 났을 때는

역시나 복도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절 보는데..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1회 때와는 좀 다른 시선이 느껴졌고

제가 큰 잘못이나 한거 같고

동생 진료에 불이익이 있을거 같아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으이구, 이 주댕아...

​

걱정과 황당한 마음으로

진료실 밖에서 멀뚱하게 있다가

설명 간호사 선생님 방에서

앞으로의 진료 과정을 들었어요.

참 친절 하시더라구요.. ㅎㅎ

제가 두번 쫒겨나는 소리를 다 들으셨다며

선생님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을 한거래요;;;

이해 하라시며 웃으시는데... ㅠ

​

제 걱정과는 다르게

내과 협진도 바로 잡아 주셨습니다.

설명 간호사 선생님이 지방에서 오가는 저희 편의를 봐주신거 같아 감사했습니다.

다행히 수술 날짜도 빨리 잡혔어요.

진단부터 주 1회 병원에 왔고 수술까지

한달 걸렸습니다.

​

매주 부산에서 서울까지 당일에

오가는게 힘들었고

진료 후 집에 오면 기진맥진 이었어요.

동생 상태가 안좋아 수술까지 빨리 해 주신건지

알수 없지만 일사천리로 진행 됐어요.

​

동생은, 수술 전 병가내고 쉬라는 말에도

집에 있어도 할 것도 없고 생각만 많아진다며

평소처럼 출근과 일상을 유지했고

수술 전 날부터 병가내고 입원 하였습니다.

​

입원 하고서야 림프절 전이가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정말 놀랬습니다.

림프까지 들어내면 못이겨 낼거 같아

직장 부위만 떼 내고 이후 방사선이나 항암으로 림프절은 치료하자고 말씀 하셨대요.

​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수술이 너무 빨리 끝나 (전이까지 있다해서)

잘못된거 아닌가.. 걱정하며 마음 졸였는데

선생님 손이 빠르고 실력이 좋다고 하시네요.

​

동생은 수술 후 저녁부터 잠도 잘 자고

열도 없고 잘 먹고 잘 걸어요.

오늘이 수술 후 이틀짼데 통증도 견딜만하고

좌욕도 잘 하고 컨디션도 괜찮대요.

지금 동생 모습은 암 환자가 아닌거 같아요.

우리가족 걱정은 기우였던거 같기도 하고

림프절 전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해요.

​

동생은 내일 퇴원 합니다.

회진 오셔선 '집에 가' 하시는데

'고맙습니다' 를 몇번이나 말씀 드렸어요.

병원에 몇일 있는 동안

박규주 선생님 진심을 쬐끔 본거 같아요.

아침 7시쯤 회진

밤 10시 넘어서 회진

회진 시간도 횟수도 마음대로 시고

아직 동생이 직장암 몇 기인지

어떤 수술을 어떻게 한건지 들은 바가 없지만

(간호사 선생님들께 여쭤도 말씀을 안해주심)

동생 상태를 보니 그냥 믿음이 갑니다.

동생이 연휴 끝나면 출근 한대서 야단을 좀 쳤어요.

다른 분들도 수술이 동생처럼 수월하게 지나가는 건지 궁금하네요..

​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설 연휴가 시작되어 받아 주는곳이 없고

이 정도 컨디션이면

집에 있어도 되겠다 싶어 집에서 요양하려고 해요.

이대로 끝난거면 좋겠습니다.

항암은 어떤 시련을 줄지 모르겠네요.

항암도 수술처럼 수월하게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

지나고 나니 모든게 에피소드 같아요 ㅎㅎ

​

참고로

박규주 선생님은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림프절 전이 말씀 하실때는

친절했다고 해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

억, 방금 선생님 회진 하고 가시네요.

챠트보시며 들어오시면서 '좌욕 잘하고

집에 가' 하시며 바로 돌아서 나가시는

뒤에다 대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를

몇번 외쳤어요 ㅎㅎ

저녁 8시30분인데 연휴 전날인데

동생 얼굴 한번 더 보시고 가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네요.

​

시작이 반이라고

동생을 살려주시는 시작을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연초부터 시작이 좋아서도 감사합니다.

받은 감사함을 저희도 나누겠습니다.

​

설 연휴가 시작이네요.

동행 여러분들 모두 따뜻한 설 보내시구요,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꾸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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