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사실은 속상한거에요 ㅎㅎ

완
완생 l 직본직보
2024.08.26 04:40 | 조회 2.3k

어제는, 지인을 만나러 판교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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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 집만 왔다갔다하는 우물안 일개미라, 그렇게 멀지않은 판교조차 가본적이 별로 없어요. 화려한 카카오 건물 보며 정말 촌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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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에서 만날 약속 잡았지만, 대기만 28명. 포기하고 근처 다른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세련된듯 하지만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가 있는 카페에서 장장 5~6시간 가깝게 떠들어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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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저도 지인 분도, 이야기가 고팠던거죠. 회사의 온갖 어려움과 상황에 힘들어하는 그 분도 퇴근하면 회사 내 죽이 잘 맞는 동료에게 전화로 한두시간 하소연을 하신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전혀 하지못한 깊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느라 딱딱한 의자에 직장암환자 엉덩이 배기도록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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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회사이고 가정이고 친구이고 그때그때 깊이 속상하고 힘든 마음 털어놓을 사람 마땅치 않은 저도,

20년 넘게 이 분야 일을 해왔지만 그 분과 다를바 없이 이런 고민 털어놓긴 처음인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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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그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타인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긴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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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 나누고, 하루 최대치 주차비를 정산하고 돌아오는 길. 저는 어제 쓴 철부지 위시리스트 글 내용을 펑하고 싶더랬습니다. 낭랑 18세도 아니고, 철없는 그런 글을 쓴 것도, 또 닉네임 바꾼 것도 사실 속상해서 그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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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임금님 귀 당나귀 귀 부분은 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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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친구인척 다가오는 회사 사람에 기대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해서 폭풍 수다 늘어놓는 친구에 기대기도 하고, 때로는 저 빼고 달랑 둘뿐인 가족에게 잔소리를 퍼붓거나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동행카페에 철부지처럼 이 나이에 그런 글 쓰는 것도 모두 속상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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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난 제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제 이거저거 하고싶다고 화려한 사진 잔뜩 올린 저는, 실상은 컴컴한 새벽 일어나서 안방 화장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변실금 팬티 손빨래해서 널고, 내가 쓰지도 않는 거실 화장실 청소하고. 그렇게 오늘도 일개미의 하루를, 약간은 서글프고 약간은 속상하게, 그래도 별일없이 일할 수있다는거 많이 감사해야지 되뇌이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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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화려한 판교 광장과 핫한 가게들. 실은 보면 볼수록 낯설었어요. 그래도 다음에는 팬케잌 하우스 한 번 가볼까, 아니 내가 아는 쌈밥집 같이 나들이 가자할까 생각해봅니다.

미래의 도시 그 어디쯤인가를 그리는듯, 화려한 디스플레이 그래픽이 다양하게 쉴새없이 빛나요.

몰이라고 생각했지만, 위에는 모두 사무공간이더군요. 여기가 그 유명한 판교 카카오 건물이래요.

미국 저렴한 레스토랑에서 파는 팬케잌이(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한국 it최첨단 기업이 들어선 동네 한복판에서는, 고가의 화려한 멋진 핫플레이스로 떡하니 자리잡고 그 자태를 뽑내요.

나는 무엇을 바라고, 무슨 욕망에 눈멀어, 아직까지 이 나이에

속이 텅 빈, 거대하고 원색적이고 유아틱한 환상에 젖어있는 걸까요. 웃프네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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