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버지가 너무 걱정됩니다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오
오늘도홧띵l췌보
2024.08.22 06:23 | 조회 1.8k

어머니께서 CT상 췌장암 4기(간전이)로 보여 지난 주 조직검사와 pet-ct 받으셨는데 뼈전이까지 있는걸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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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허리 디스크가 생긴거 같다고 하셨는데 디스크가 아니라 이것도 암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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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펐지만, 가장 먼저는 어머니가 걱정되었고 두 번 째로는 아버지가 걱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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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요즘 암에 좋다고 하는 음식은 다 사다가 엄마에게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먹이시려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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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한테 좋다는 곳도 데려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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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감정표현도 별로 없으셔서 아버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요즘 아버지께서 많이 힘에 부쳐보이시는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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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유감이라고 씁쓸하게 전하시는 교수님, 잠시 흐르던 정적, 그리고 그저 잘 부탁드린다고 부탁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뭐랄까.. 겁 먹은 아버지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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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병실 가시고 아버지랑 저는 요양병원 같이 둘러보는데 제가 보호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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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 적혀진 팜플렛에 적힌 보조치료나 영양제 보고 이거 맞으면 환자한테 도움이 되냐고 무언가에 쫓기듯이 여쭤보는 아버지 모습이 너무 낯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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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셨을텐데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계시구나 하는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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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혼자 계속 중얼거리시더라구요... '애엄마가 많이 아파요... 췌장암이에요... 많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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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원래 요양시설 가는거 내켜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엄마 의지가 완고하셔서 알아본거라 요양시설 상담 받을 때 냉철하실 줄 알았는데 꽤 절박해보이는 모습이 자식으로서 너무 슬펐습니다. 평소에 그럴 분이 아니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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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하다가 그냥 "아빠, 일단 엄마가 그런 치료를 받으려면 체력부터 회복해야할거 같아. 엄마가 조금 컨디션 괜찮아지면 그 때 생각해보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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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마가 시설 들어가고 싶다고 하신 이유는 특별한 치료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쉬는데 집중하고 싶으셔서거든요. 남이 차려준 밥 드시고 집안일 신경 안 써도 되는 환경에서 편하게 있고 싶으셔서 시설 들어가고 싶다고 하신거라... 제가 중심을 잘 잡아드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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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외가, 친가 어른들한테 전화가 잔뜩 와서 다들 걱정 어린 조언을 제게 해주시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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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저한테 주셔서 망정이지, 이 전화를 전부 아빠가 받으셨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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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엄마가 잘 치료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알아보신것들 저에게 일러주신거겠지만...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는 이미 어느정도 마음 속에 판단과 기준이 선 상태였기 때문에(카페에서 조언도 많이 얻은 상태라 가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전화들을 아빠가 전화를 받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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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외가 친척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아버지도 어느정도 신경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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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멀어지는 만큼 아버지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 커지는데... 요즘 아빠 모습을 보면 이러다 사고 나겠다 싶더라구요 길눈 밝은 아버지가 네비 안내 30% 놓치는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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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힘을 내야하지만, 보호자들도 정말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강인해져야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멘탈 체크도 하고 함께 힘을 내야하는거 같아요 나눠서 할 수 있는 일은 나눠서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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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제 보호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아프신 뒤로는 저도 부모님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기분이 복잡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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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넋두리 하다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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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게 많은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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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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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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